변산바람꽃
생목숨 떨어지는 것도 모르고
꽃가지를 흔들었던 스무 살 시절
바람에도 절로 지는 꽃
흔들어 꽃잎을 떨구었지...
떨어진 꽃잎은 바람에 나 뒹굴다
다시 짓밟히고...
그원혼이
꽃으로 환생한 것일까?
옥색 비단 치마 한자락 부여잡고
휘휘 감돌며 살풀이춤을 춘다.
도도한 산봉우리 깎아지른 절벽의
해송 한 그루 사모한다.
꽃으로 태어난 몸
그 누구의 눈길이 싫겠냐마는
나 오직 한 사람의 손길만이
내 뺨을 스치기를...
구처(九處) 골짜기 떠돌다
사모하던 바람만이 내 품에 잠들기를...
그러다 혹여
생목숨 끊을 만큼
슬픈 사연 하나 가진 사람 만나
그를 위해 기꺼이 꽃이 되리라.
바람 맞은 자를 위해
바람으로 울어주는 바람꽃이여!
- 詩: 이수인 님 -